
△일본 온조지 소장 귀자모 상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일본 비와호 지역의 불교미술> 전시회를 다녀왔다. 나라 시대부터 에도 말까지의 일본 비와호 일대의 불교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귀자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었다. 11세기 가마쿠라 막부 시대에 만들어진 이 신상은 어머니의 자애로운 모습이 느껴져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헤이안 시대에서 무가 시대로 넘어가는 혼란기 속에 지친 일본인들에게 귀자모상은 종교적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가 귀자모상에 유독 관심을 가진 이유는 엉뚱할 수도 있지만 동방 기독교 전래, 고대 한반도의 기독교 전래 관련 문제 때문이었다.

△라파엘로 <대공의 성모>
비와호의 귀자모 상을 보고 받은 인상은 그 상의 형태가 서구의 성모 마리아 상과 놀랍도록 흡사하다는 점이다. 필자도 귀자모 상을 본 순간 떠오른 생각이 '왠 일본에 성모 마리아 상?'이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그 형태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그와 함께 떠오른 또 다른 유물이 있었다.

△ 숭실대 측에서 경주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7~8세기 소조 '성모 마리아 상'
위의 소조 상은 숭실대학교 기독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일명 '성모 마리아 상'이라는 것이다. 숭실대 기독교 박물관 측에서는 이를 경주에서 출토된 7~8세기 '성모마리아' 상이라고 소개하면서 1960년 대 김양선 박사가 불국사에서 발견했다는 석재 십자가와 철 십자가와 함께 고대 동방 기독교의 한국 전래를 방증하는 유물이라고 보았다. 고대 기독교의 한국 전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불교에서는 이러한 상을 제작한 예가 없기 때문에 신라에 전래된 성모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명교류사를 연구하는 정수일 교수 역시 이 상을 언급하면서 고대 동방 기독교의 한국 전래설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박하는 측은 이 소조상이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근대에 조작된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겠지만, 이 상이 설령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상이라고 할 지라도 과연 그것이 성모 마리아 상일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7세기에 당나라에서 네스토리우스로 추측되는 경교가 전래되었고 이것이 신라에 소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 동아시아에 전해졌는지, 마리아 신앙이 동아시아에 전해졌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 사가들이 불교에서는 여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상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기독교 사가들이 불교에 대한 관심이 적은 데서 비롯된 오류이다. 그에 대한 방증이 바로 서두에 제시된 일본의 <귀자모 상>이다. 즉 동아시아에 귀자모신(鬼子母神)에 대한 신앙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 간다라에서 출토된 귀자모상
귀자모신에 대한 신앙은 법화경 다라니품에 등장한 10명의 나찰녀와 귀자모에 대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귀자모는 하리테(한자로는 하리제, 하라제)라고 불리는 악신으로 아이들을 잡아먹는 신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유독 자신의 막내 아이는 극진히 아꼈다고 한다. 이에 석가모니는 그녀를 교화시키기 위해 그녀의 막내 아이를 몰래 숨겨두었다. 막내 아이를 잃은 귀자모는 슬퍼하면서 석가모니에게 애원하였고, 결국 석가모니에게 교화되어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의 수호신이 되었다. 이러한 법화경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간다라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 귀자모상이 제작되었다. 만약 숭실대에서 소장한 '마리아 상'이 만약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유물이 맞다면 그것은 성모마리아 상이라기 보다는 대승불교의 귀자모 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 상이 귀자모상이라면 모자를 둘러싼 8개의 얼굴은 귀자모와 함께 등장하는 나찰들의 얼굴을 형상화한 얼굴이 될 수 있다.
고대사는 유물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한국의 고대사는 말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료를 볾에 있어서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점을 염두해 두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연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명교류사의 측면도 그러하다. 여기서 언급된 고대 기독교의 한반도 전래 문제도 일부 불확실한 유물들을 가지고 속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해석은 조심해야할 것이다.




덧글
net진보 2012/01/24 22:25 # 답글
아......성모마리아상인줄알앗는데;;;;;; 귀자모이야기가 불교경전내에잇엇던거군요.
첫걸음 2012/01/24 22:31 #
네. 그 모습이 성모마리아와 매우 흡사하죠.. 하지만 귀자모 신앙은 원래 인도의 민간 신앙이었는데 불교에 흡수되었다고 합니다. 성모마리아와 비슷한 신앙이 동아시아에도 있어서 저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ㅂㄴㅁ 2012/01/25 00:24 # 삭제 답글
오랜만에 글보네요.^^
萬古獨龍 2012/01/25 09:30 # 답글
잘 보았습니다
ㅁㄲ 2012/01/25 18:35 # 삭제 답글
근데 구도나 조형적인 면이 http://www.lessing-photo.com/p3/400810/40081038.jpg 과 너무나도 흡사한 감이 있지요.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개인적으론 중국화된 경교의 작품을 당시 불자들이 귀자모로 생각하고 가져온 것 같아요^^a
첫걸음 2012/01/25 20:51 #
아 좋은 자료 매우 감사합니다^^ 제가 견식이 매우짧았던 것 같군요ㅎㅎ 그럴 가능성도매우 높았을거 같군요
마요이 2012/01/25 23:20 # 삭제 답글
신적인 모자지간에 대한 숭배가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는데 그걸 단순히 성모마리아와 예수상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겠네요. 그렇게 치면 이시스와 호루스 숭배도 성모자를 본땄다고 하게요.